미국 vs 유럽 주식시장: 금리 인하 이후의 랠리를 주도하는 쪽은?
2년간의 긴 금리 인상 사이클이 끝나고 마침내 방향이 바뀌었다. 미 연준(Fed)과 유럽중앙은행(ECB) 모두 금리 인하를 시작하며, 2022년 이후 긴축되어 온 금융 환경이 완화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흥미로운 점은 두 지역 시장의 반응이 같지 않다는 것이다.
미국 시장은 여전히 고평가된 반면, 유럽은 여전히 큰 폭의 할인 상태에서 거래되고 있다. S&P 500 지수의 선행 PER은 약 22배로 역사적으로 가장 비싼 수준에 근접해 있으며, STOXX 600 지수는 13~15배 수준으로 수십 년 만에 가장 큰 밸류에이션 격차를 보이고 있다. 자연히 투자자들은 이렇게 묻는다. “금리 인하가 시작된 지금, 더 큰 상승 여력을 가진 쪽은 미국일까, 유럽일까?”
수년 동안 글로벌 펀드들은 미국 비중을 과도하게 높이고 유럽 비중을 낮게 유지해왔다. 하지만 그 추세가 바뀌고 있다. 금리 인하가 시작되면서 2025년 중반 조사에 따르면 펀드매니저들이 미국 비중을 줄이고 유럽으로 포트폴리오를 옮기고 있다. 이 흐름이 일시적인 것인지, 구조적인 회전(rotational shift)인지는 아직 알 수 없다.
핵심 동인
Fed와 ECB 모두 통화정책을 완화하고 있지만, 속도는 다르다. 시장은 2025년 말까지 Fed가 약 150bp(1.5%)의 금리 인하를 단행할 것으로 예상하는 반면, ECB는 훨씬 보수적이다. 이러한 차이는 두 지역의 시장 분위기에 명확히 반영되고 있다. 미국에서는 투자자들이 자금 조달비용 하락과 기술주 랠리에 환호하고 있지만, 유럽은 느린 금리 인하로 인해 낙관론이 다소 제한적이다.
미국 주식은 역사적으로 높은 프리미엄에서 거래되고 있으며, 유럽은 여전히 저평가되어 있다. 유럽보다 2배 비싼 가격을 지불해야 미국 주식을 살 수 있다는 사실은 일부 투자자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한다. 이러한 ‘디스카운트’는 유럽의 경기 안정화를 기대하는 가치 투자자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미국 시장은 기술주 비중이 높아 현재 S&P 500의 약 3분의 1을 차지한다. 따라서 금리가 하락하면 대형 기술주가 가장 먼저 반등한다. 반면 유럽은 은행, 산업재, 럭셔리 제품 등 “실물 경제” 중심의 산업 비중이 높다. 즉, 성장 중심의 랠리에서는 미국이 앞서지만, 가치주와 경기순환주가 돌아올 때는 유럽이 빛을 발한다.
투자자 포지셔닝도 같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2025년 초, 글로벌 투자자들이 고평가된 미국 주식에서 자금을 회수하면서 유럽 주식형 펀드로 자금이 유입되었다. 하지만 미국 기술주가 다시 급등하면서 일부 자금이 다시 미국으로 돌아갔다. 현재 자금은 두 지역 사이를 오가며 균형을 찾는 중이다.
2025년 누적 수익률: 미국 vs 유럽 주식시장

출처: TradingView. 모든 지수는 미 달러 기준 총수익 지수입니다. 과거의 수익률은 미래 성과를 보장하지 않습니다. 데이터 기준일: 2025년 10월 7일.
금리 인하가 시작된 이후, 미국 주식은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유럽의 회복세는 보다 완만하고 안정적이다.
기초 체력: 밸류에이션, 이익 및 재무구조
간단히 말하면, 미국 주식이 비싼 이유는 기대가 높기 때문이고, 유럽 주식이 저렴한 이유는 의심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만큼 상승 잠재력도 있다. S&P 500의 선행 PER은 22배, 유럽은 13~15배로, 미국 기업은 완벽한 실적을 내야 가격이 정당화되지만, 유럽은 “생각보다 나쁘지 않은” 결과만으로도 주가 상승을 이끌 수 있다.
이익 전망 역시 격차를 설명한다. 분석가들은 2025년 미국 기업의 이익이 약 15%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며, 이는 기술주와 견고한 소비가 주된 원동력이다. 유럽의 이익 성장률은 약 10%로 느리지만, 전년 대비 확실히 개선되고 있다. 즉, 유럽이 추격 중이지만 아직 ‘화려하지’는 않다.
또한 주주 환원 방식에서도 차이가 있다. 미국 기업들은 자사주 매입을 선호하며, 2024년에는 1조 달러가 넘는 매입이 발표되었다. 반면 유럽은 배당을 선호해 더 높은 배당수익률을 제공한다. 문화적으로도 차이가 뚜렷하다 — 미국은 자사주 매입으로 주당이익(EPS)을 높이고, 유럽은 꾸준한 배당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제공한다. 어떤 방식을 선호하느냐는 투자자의 성향 — 성장인가, 수익인가 — 에 따라 달라진다.
재무적으로 두 지역 모두 건전한 편이다. 미국 기업은 부채가 많지만 현금 보유도 많다. 유럽 기업은 더 보수적이어서 상승장에서는 상단이 제한되지만, 하락장에서는 더 견고하다. 결국 미국은 ‘완벽’을 가격에 반영하고 있는 반면, 유럽은 낮은 기대치 덕분에 ‘긍정적 서프라이즈’ 여지가 더 크다.
거시적 순풍과 역풍
인플레이션이 완화되면서 중앙은행의 부담이 줄어들었고, 가격 상승을 자극하지 않으면서도 금리를 인하할 여유가 생겼다. ECB는 이미 세 차례 금리를 인하해 예치금 금리를 2.0%로 낮췄다. 유동성은 개선되고, 신용 여건은 완화되고 있으며, 시장은 오랜만에 역풍 대신 순풍을 맞고 있다.
2025년 들어 유로화는 달러 대비 약 10~15% 상승했으며, 이는 유럽 자산의 수익률을 높여 달러 투자자들에게 이익을 안겨주었다. 또한 글로벌 제조업이 서서히 회복되면서 유럽의 수출 중심 산업이 다시 활기를 띠고 있다. 종합적으로 보면, 거시경제 환경은 수년 만에 가장 우호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리스크는 여전하다. 인플레이션이 다시 고착화될 경우, Fed나 ECB가 금리 인하를 멈출 수도 있다. 유럽의 성장률은 여전히 부진하며, 중국의 경기 회복이 둔화된다면 유럽 수출업체들이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미국의 경우, 고평가된 밸류에이션이 위험 요인이다. AI(인공지능) 열기가 식거나 이익률이 줄어들면 시장이 흔들릴 수 있다. 또한 관세, 선거, 환율 변동 등 지정학적 요인은 언제든 분위기를 바꿔놓을 수 있다.
최종 결론
두 지역 모두 매력적인 이야기 구조를 가지고 있지만, 그 내용은 대조적이다. 미국은 성장 엔진과 투자자 신뢰를 갖추고 있지만, 너무 비싸게 거래되고 있다. 반면 유럽은 가치, 배당, 그리고 시장 심리 개선 시 따라잡을 여유가 있다.
미국은 빠르게 달리고 있지만 비싸고, 유럽은 느리지만 더 저렴하다. 실적과 자금 흐름에 따라 주도권은 언제든 바뀔 수 있다. 지금은 월가가 앞서 있지만, 유럽의 저평가는 무시하기 어렵다. 금리 인하가 재개되고 경기 침체 우려가 완화되는 이 시점에, 두 시장에 모두 발을 담그는 것이 현명할지도 모른다. 이번 랠리의 다음 주인공이 누구일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